히트 리프레시 - 혁신이 멈춘 기업, 새로고침 버튼을 누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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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사티아 나델라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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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제국의 몰락

내가 어릴 적, 누가 IT업계 성공 신화를 대표하는 단 하나의 기업을 꼽으라는 질문을 했다면 주저 없이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를 꼽았을 것이다.

적어도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다시 복귀하기 전까지 테크 업계의 신화적인 리더란 표현은 빌 게이츠를 위해 존재했다.

그런데 그 대단하던 MS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한때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빚었던 독점 논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뮤직 플레이어 ‘쥰’이나, 본질에 집중하지 못해 비판 세례를 받아야 했던 ‘엑스박스 원’의 실패 때문? 아니, 역시 장기간 윈도우 천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안주하다 포스트 아이폰 시대에 대처가 늦어진 게 원인일까?

이유야 어쨌건 꽤 오랫동안 테크 업계에서 MS의 행보가 그다지 ‘핫’하게 느껴지지 않던 때가 있었다.

테크 업계 빅 네임의 앞글자를 모아놓은 단어 FAANG에 M이 빠졌다는 사실은 MS로써 무척 뼈아픈 대목이다.

FAANG: Facebook, Apple, Amazon, Netflix, Google

이런 MS의 상황을 상징하는 그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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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이기도 한 Manu Cornet의 카툰

여러 테크 기업의 특색을 담아 그린 조직도 사이에서 와중에 각 조직이 서로 총을 겨누고 있는 MS의 조직도가 눈에 띈다.

한때 가장 혁신적이고 가장 빠르게 세상을 바꿔가던 기업이 이젠 조직 내 정치, 반목으로 관료적인 기업문화의 상징이 되어 버린 것이다.

2014년, MS는 큰 결정을 내린다. 14년간 회사를 이끌던 스티브 발머가 CEO 자리에서 물러나고 클라우드 부분을 담당하던 사티아 나델라가 MS의 세 번째 CEO로 취임한다.


MS 제국의 역습?

리더십에 특별히 관심을 둔 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실무자로 일할 때는 프로 스포츠팀에 비유하는 넷플릭스의 기업문화가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프로페셔널한 동료들이 모여 각자의 리더십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문화 말이다.

그런데 막상 리더로서 성장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니 내가 바라는 리더와 내가 닮고 싶은 리더십의 모습이 조금 다르단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가장 닮고 싶은 리더십은 사티아 나델라가 최근 몇 년간 MS에서 보인 모습이다.

테크 업계에서 점점 위상을 잃어가던 MS를 다시 세계 정상으로 끌어올린 CEO.

테크 업계 FAANG 대신 MAGA(MS, Amazon, Google, Apple)리는 단어가 사용되게 만들고 MS 역사상 최초로 기업가치 1조 달러를 달성한 리더.

하지만 내가 사티아 나델라에 처음 관심 두게 된 것은 이런 근사한 업적들 때문은 아니었다.

그에 대한 궁금증을 처음으로 갖게 된 계기는 CEO 취임한 해 공식 행사에서 그가 한 발언 때문이다.

MS는 리눅스를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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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와 리눅스의 역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 발언이 얼마나 파격적인지 바로 알 수 있다.

물론 MS가 윈도우에 매몰된 기업의 동력을 클라우드로 교체하였으니 IAAS(Infrastructure as a service)로서 AWS를 따라잡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MS CEO의 입에서 나오리라 예상할 수 있는 발언은 아니다.

MS의 놀라운 행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15년 비주얼 스튜디오를 무료 공개한 것에 이어 닷넷 코어, 타입스크립트 등 자사 기술을 오픈 소스로 공개 시작하며 차차 오픈 소스 진영을 품기 시작했다. 한때 카피레프트와 오픈 소스 진영의 주적으로 여겨지던 그 MS가 말이다.

뭔가 근본적인 지점에서 MS가 변화하기 시작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불가능 하리라 생각되던 변화를 만들어가는 리더가 누구인지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MS의 새로 고침 버튼

히트 리프레시는 2017년 출간(한글 번역본은 2018년)한 MS의 3대 CEO 사티아 나델라의 저서이다.

처음 이 책을 읽은 것은 MS가 깃헙을 인수하고 몇 달 때쯤 지난 2019년 초였다.

아직 현역 재임 중인 CEO가 일종의 자전적인 내용을 담은 책을 출간하는 것이 상당히 이례적인데, 사실 처음 읽을 땐 별 재미가 없어 반쯤 읽다 포기했다.

그러나 지금 MS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그리고 MS에 재직 중인 임직원이 그들 회사에 갖는 생각이 과거와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게 된 후 이 책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새롭게 깨닫게 되어 다시 찾아 읽게 되었다.

이 책이 바로 MS의 새로 고침 버튼이다.

이 책은 나와 같은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그리고 16만 명이 넘는 MS의 임직원에게 앞으로 MS가 만들어 갈 변화의 길을 더욱 선명히 선포하는 CEO의 비전 선언문이자 편지라고 볼 수 있다.

사람이든 조직이든 사회든 스스로 새로고침을 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 순간이 오면 다시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새로운 마음으로 목표를 재설정하고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책에서 나델라는 자신의 인생 타임라인을 5개로 나눠 각 시기를 오가며 책의 메시지를 전한다.

  1. 인도에서의 성장기
    그의 부모님은 그를 어떻게 키웠고 그게 자신의 가치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2. 미국 이민 후 MS에서 커리어를 키워오는 과정
    이민자로서 기회의 땅 미국에서 그리고 세계 최고의 기업 MS에서 일한다는 게 어떤 경험이었는지.

  3. MS의 CEO 재임 직전 직후
    내부자가 바라본 MS 기업 문화의 문제점. 해결을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깨닫게 한 아버지로서 자신의 경험.

  4. 현재
    MS가 기존과 어떻게 바뀌고 있으며, 그것이 왜 필요한 일인지. 새로운 기업 문화의 핵심이 무엇이며 이를 얻기 위해 임직원이 기울여야 하는 노력.

  5. 미래
    시대의 흐름과 인류가 당면한 문제, 그리고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서 MS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나델라는 MS에 필요한 변화가 단순히 기술이나 비즈니스 차원의 문제가 아닌 잠든 영혼을 다시 일깨우는 것으로 부터 시작될 것이며 그 해법이 바로 ‘공감’에 있음을 거듭 강조한다.

이 책은 근본적으로 인간과 공감에 관한 이야기다. 특히 이 독특한 자질은 기술이라는 급류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질 것이다.

나델라는 공감이 조직의 자부심을 고취할 수 있는 힘이며 부러움이나 경쟁심이 아닌 자부심을 통해서만 열정을 새로 고침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공감은 기업이 소비자의 사랑을 얻는 유일한 방법이자 경쟁에서 벗어나 의미 있는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방법이고 세상과 기술을 연결하여 더 큰 가치를 창조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을 가져다줄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새로 고침한 MS가 앞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그것이 한 기업의 생존이 아닌 세상, 시대 그리고 사람들과 공존하는 것에 대한 문제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나델라는 마지막 장을 통해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언론의 자유 그리고 인공지능으로 인한 실업 문제 등 많은 이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선 기업의 윤리적 의무와 책임을 강화하고 신뢰 구축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과 혼합현실과 양자 컴퓨팅 등 새로운 기술이 인류의 발전에 알마나 큰 가능성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 흥미로운 청사진을 제시한다.


나델라 리더십을 알게되다

책을 읽으며 잊혀가던 MS가 다시금 역동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만약 내가 MS의 직원이라면 이 책이 한동안 잊고 있던 자긍심에 불을 붙이는 좋은 연료가 되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기업의 리더는 조직이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게 만들어 내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입증한다.

사실 MS는 언제나 저력있는 기업이었다. 자본, 인재, 네트워크, 고객 기반 등 언제나 차고 넘칠만큼 풍족했다.

다만 기술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초심을 되살려 줄 새로고침 버튼이 필요했을 뿐이다.

사티아 나델라는 강력한 비전과 이를 실행하기 위해 중요한 가치인 공감을 조직에 불어 넣어 꺼져가던 불씨를 되살렸다.

세상에 미래를 창조하는 공식은 없다. 기업은 자신만이 해낼 수 있는 역할에 대해 완벽한 비전을 갖춰야 하고 그 다음에는 일이 진전되도록 신념과 역량으로 비전을 뒷받침해야 한다. 나는 CEO의 C가 문화culture의 약자라고 생각한다. CEO는 조직 문화를 담당하는 큐레이터다. 회사가 사명을 이루기 위해 듣고 배우고 개인의 열정과 재능을 활용하는 문화를 지녔다면 해내지 못할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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