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성장한 해외 스타트업의 드라마 같은 성공 스토리나 업무 문화에 대한 글, 그리고 경험담 등을 통해 바라본 스타트업은 마치 그 안에서 꿈을 펼치고 즐겁게 일하며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게 한다.
이제는 스타트업이라고 합쳐 부르기엔 규모가 큰 기업들이 많아졌으니, 초기 스타트업에 한정한다면.
스타트업은 안 되는 것과 부족한 것 천지인 곳이다.
사람? 적다. 돈? 부족하다. 시간? 항상 모자란다.
성공할 확률보다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다. 그래서 그냥 대기업에 가는 게 결과적으로 더 큰 보상을 얻는 길일인지도 모른다.
2016년 스타트업 디자이너 채용하기 디자이너 스타트업 이직하기 라는 글에서 비슷한 맥락의 얘기를 했던 적이 있다.
처음 스타트업에 합류했던 2012년이나, 윗글을 썼던 2016년, 그리고 지금 2021년을 비교한다면 예전보다는 훨씬 많은 스타트업이 생겨났고 스타트업에 관심 갖고 합류하는 사람들의 수도 늘어났으니 참으로 기쁜 일이다.
그간 스타트업에 처음 합류한 사람들이 갖는 기대가 얼마 지나지 않아 쉽사리 깨지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그런데 처음엔 비슷한 역량을 갖추고 있던 이들 중에도 빠르게 성장해서 성과를 내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 둘의 차이점이 무엇일까?
그 차이점을 설명하기 위해서 스톡데일이란 사람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스톡데일 이야기
제임스 스톡데일은 평범한 미 해군 항공 조종 장교였다. 그러던 중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그는 1965년 임무를 수행하던 중 북베트남에서 대공포에 격추되어 포로로 잡혔다.
그는 악명 높은 수용소에서 8년이란 시간을 보내야 했고 갖은 고문과 폭행에도 굴하지 않았으며, 끈질긴 회유에도 버텨내며 결국 1973년 여러 포로와 함께 석방되었다.
석방되어 귀국한 그에게 많은 기자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냐고 묻자 그는 "우리는 언젠가는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수용소 생활을 견뎌내지 못한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아래와 같이 답했다.
스톡데일: 아, 그건 간단합니다. 낙관주의자들입니다.
기자: 낙관주의자요? 이해가 안 되는데요.
스톡데일: 그러니까… ‘크리스마스 때까지는 나갈 거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다가 크리스마스가 지나가면 ‘부활절까지는 나갈 거야’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부활절이 지나가면 다음에는 추수감사절, 그리고 다시 크리스마스를 고대하다 결국 상심해서 죽지요."
스톡데일 패러독스
'스톡데일 패러독스'는 위 스톡데일의 일화에서 이름을 따온 용어인데
낙관론자의 막연한 기대는 매우 쉽게 실망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그게 반복되면 어느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상심의 늪에 빠지게 될 수 있기 때문에 당장의 어려운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되 언젠가는 반드시 나아질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버텨내는 것이 생존에 더욱 유리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야기에서 스톡데일은 먼저 낙오한 낙관주의자와 대비되는 낙관적 현실주의자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나는 이 낙관적 현실주의가 초기 스타트업 구성원이 성장하는 데 있어 가장 필요한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위 상황을 스타트업에 대입하면, 부족한 것 천지인 환경 안에서 낙관주의자는 그 부족함이 빠르게 채워지기를 기대하지만 당장 이루어지지 않음에 실망한다.
그래서 몇 번에 걸쳐 조직에 개선을 요구하고 본인 나름의 방식대로 개선을 시도하다,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음에 상심하여 분노하거나, 번아웃에 빠지거나, 제 갈 길을 찾아 떠나간다.
그리고 낙관적 현실주의자들은 조직에 무엇이 부족한지, 그것을 채울 방법이 있는지, 없다면 현재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은 무엇이고 그것으로 얻을 수 있는 성과가 무엇인지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아래와 같은 가치판단을 한다.
'이 기업이 5년 뒤 얼마나 크게 성장해있을까?' '그때 이 기업이 해결하는 문제는 내게 얼마나 가치 있을까?' '그래서 내가 이곳에서 일했을 때 얼마나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까?'
만약 위와 같은 질문을 통해 기업의 미래가치에 확신을 한다면 그들은 현실의 어려움과 제약을 받아들이고 가진 자원을 모두 동원해 목표 달성에 집중할 수 있다.
미래가치에 대한 공감대
또한 조직 내에 스톡데일 같은 '낙관적 현실주의자'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구성원이 기업의 미래가치를 공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스타트업에 합류한다면 기본적으로 현재의 가치보다는 미래가치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건 금전적 보상일 수도, 역량의 성장일 수도, 일하는 방식이나, 뛰어난 동료나, 존경할 수 있는 리더일 수도 있다.
이 가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한쪽의 일방적인 노력이 아니라 상호 간의 합이 가장 중요하다.
기업은 구성원이 어떤 기대를 하고 팀에 합류했는지, 그것을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지를 잘 전달해야 하고, 구성원은 자신이 가장 중시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그것을 나의 조직이 제공해줄 수 있을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지금 몸담은 조직과 당신이 중시하는 핵심 가치가 일치한다면, 회사에서 마주할 어려움을 다루는게 좀 다 쉬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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